점심 약속이 없을 때는 굳이 같이 밥 먹을 사람을 찾지 않는다. 오히려 신경 쓰지 않고 호젓한 시간을 자질 수 있어 좋다. 오늘은 점심 메뉴로 세운상가 근처의 칼국수집을 떠올렸다. 주변의 작은 전자부품 가게 주인인 듯 혼자 오는 사람이 적지 않다. 몇 년 전 처음 갔을 떄는 3500원이었는데, 그사이 4500원으로 오르기는 했다. 그래도 밥을 사겠다고 누굴 데려가기는 좀 민망하다. 그래도 밥을 사겠다고 누굴 데려가기는 좀 민방하다.
다름에는 나름대로 '문화생활'을 하는 거다. 조계사 경내에 있는 불교중앙박물관으로 간다, 뜰에서는 소풍 나온 유치원생들이 돗자리를 펴고 앉아 김밥을 먹고 있다. 귀여운 것들... 대웅전의 부처님도 흐뭇하시겠구나 싶다. 박물관에서는 옛 비석의 탑본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. 입구의 보령 성주사터 낭혜화상탑비부터 인상적이다. 최지원이 썼다는 비문의 한 대목은 이렇다, '대사는 장년부터 노년까지 스스로 낮추는 것을 기본으로 삼었다. … 집을 짓거나 고칠 떄도 못 사람보다 앞장서서 노역했다 … 식수를 길어 나르거나 섶나무를 지는 일도 더러 몸소 하였다.' 소박하게 묘사할 수록 훌륭한 분이라는 믿음을 깊게 하는 매력 있는 글이다. 회사로 돌아오는데 괜히 웃움이 났다.
출처: 서울신문 [길섶에서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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